미국-세인트루이스(St. Louis)/프루이트-이고(Pruitt-Igoe) 공공주택 단지

2021. 5. 6. 21:45세계도시 요약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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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이트-이고 공공주택 단지 항공사진 및 단지 배치도

 구도심의 재개발을 통한 공공 임대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흔히 프루이트-이고(Pruitt-Igoe) 공공주택단지라는 극단적인 실패사례를 언급한다. 형태적으로 단순하다거나, 빈민들에게 공짜로 집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례로 매우 등장하는 것이다. 정말인가?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공공 임대주택은 절대악이며, 주택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상품인가?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

 프루이트-이고 공공주택단지가 있었던 세인트 루이스는 1904년에 미국 도시중 세 번째로 만국박람회를 연 핵심적인 도시였다. 1950년대, 미국 대도시들은 교외화로 인한 도심공동화 현상을 심각하게 겪었다. 기존의 산업시설이 땅값이 싼 남부와 서부로 이동하였는데 이는 이전 대도시의 탈산업화, 도심공동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세인트루이스 인구그래프(백인/흑인) 및 미국 도시의 교외화 현상

1970~1980년대 세인트루이스는 미국에서 인구 감소율이 가장 큰 도시였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백인의 60%가 도시를 떠나는 동안 흑인은 12%의 인구가 더 유입되면서 전체 인구의 1/8이었던 흑인인구의 비율이 1/2까지 치솟게 되었다는 것이다. 30년 만에 세인트 루이스는 백인 도시에서 흑인 도시로 바뀐 것이다.

 

  청색 : 1916-1940년도 사이의 흑인 대이주 / 주황색 : 1940-1970년도 사이의 흑인 대이주 / 세인트 루이스 Residential Security Map(1937) 

인구의 반 이상이 흑인이었지만, 세인트 루이스는 인종분리가 가장 극심한 도시중 하나였다. 세인트 루이스에 거주중인 90%의 흑인이 특정 구획에 밀집하여 거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인트루이스 주정부는 1914년부터 거리별로 거주 자격에 제한을 두는 구획법을 시행해왔으며,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은 흑인을 고객으로 받지 않기 위해 부단히 집단적으로 노력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민주당의 이상적인 도심 재개발 및 공공주택 공급 정책의 결과가 프루이트-이고 주택단지인 것이다. 시장의 불평등한 상황에 대한 입법조치 없이 일단 슬럼을 타겟으로 정책을 구상-실현했다. 1949년 연방주택법은 연방기금으로 공공주택을 짓기 위해서 반드시 낙후 주택 철거를 수반하도록 되어 있었고,세인트루이스의 드소토-카 지구를 철거하고 이 단지를 건축하였다. 안타깝게도, 낙후된 흑인주거지역에 지어진 프루이트-이고 주택단지에 요새 흔히 말하는 소셜믹싱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프루이트-이고를 설계한 미노루 야마사키의 대표작

그 당시 프루이트-이고의 설계는 최고였다. 세계무역센터를 설계한 미노루 야마사키는 주민들의 공동체적 특성을 강화할 수 있을 여러 전략들을 구사하였다. 하지만, 30년도 채 되지않아 다이너마이트에 의해 파괴되었다. 이 선례로 인해 아직도 미국내에서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감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실상 이 건물은 원설계자의 의도가 반영되지 못했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건설비 상승과 질이 떨어지는 자재의 사용은 건물의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이 와중에 엘레베이터 사고로 사람이 죽고, 관리소장이 건물의 관리를 때려치면서 건물은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철거를 막고 재생 및 보완 시공을 요청하면서 버텼지만 결국 철거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다.

서울시가 짓고 있는 증산혁신거점 청년임대주택은 최초 개념의 취지가 잘 반영되길 바란다

 프루이트는 흑인들의 주거단지, 이고는 백인들의 주거단지로 설계했던 이 공공임대주택은 최초에 입지선정부터 잘못되었다. 전혀 고밀도의 주거가 필요하지 않았던 도시적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후 이 인근의 구도심에는 역사문화 구역이 조성되어 세인트루이스의 문화관광 중심지로 변모되었다. 과연 공공임대주택은 절대악인가? 아래의 자료가 한국, 서울이라는 대도시에게 경고하는 바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카고와 휴스턴의 도시지역별 거주민들 인종밀도를 시각화 한 워싱턴포스트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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